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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 시론] IT 프로젝트와 SW 표준 인증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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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I 작성일10-02-04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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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원 고려대 경영대 경영학과 교수

입력: 2009-09-15 21:02

IT 관련 미래 동향 전문 조사 기관인 스탠디쉬 그룹(Standish Group)은 `CHAOS Summary 2009'라는 보고서를 지난 4월에 발표하였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IT 프로젝트의 32%만이 필요한 기능을 일정과 예산 범위 내에서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44%의 프로젝트는 일정, 예산, 또는 기능 중 적어도 하나를 만족하지 못했으며, 24%의 프로젝트는 중도에 취소되거나 사용할 수 없는 시스템이라고 발표하였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하는 방안 중에 하나로는 국제표준화기구인 ISO에서 추진하는SPICE(Standard Process Improvement and Capability and dEtermination)라고 불리우는 ISO/IEC 15504 프로세스 심사 표준 개발이고, 다른 하나는 미국 국방성의 지원으로 카네기멜론 대학의 소프트웨어공학연구소에서 개발하여 보급하는 CMMI(Capability Maturity Model Integration)이다. 2000년 초에만 해도 단체 표준을 포함해 프로세스 표준은 전 세계적으로 20여 개가 넘었으나 현재는 SPICE와 CMMI만이 통용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국제SW프로세스 표준인증제(SPICE/CMMI)가 만능이 아니며 이들이 추구하는 목적을 정확히 이해하고 사용 보급해야 원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첫 번째 논제는 SPICE/CMMI에서 규정한 활동을 따라하면 무엇이 좋아지는가 이다. 이 두 표준이 추구하는 첫 번째 목표는 불량을 줄이는 것이다. SPICE/CMMI에서 규정한 활동에 따르면 불량이 줄어들고, 불량이 줄면 재작업이 줄어들어 일정을 준수할 수 있고, 또한 예산 범위 내에서 프로젝트를 완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품질(불량), 일정, 비용을 기본 목표라고 부르기도 한다. 언론이나 학회 발표에서 생산성 향상을 위해 SPICE/CMMI를 이행한다고 하는데 이는 최고 경영층을 설득할 때 도움이 될 수 있으나 목표라기 보다는 프로세스 개선의 주요한 부산물이다.

따라서 시스템의 안전성, 신뢰성을 높이기 위하여 SPICE/CMMI 표준을 사용하는 것은 적합하다고 할 수 없다. 현재 우리나라 일부 기관에서 SPICE/CMMI의 내용을 가지고 안전성과 신뢰성을 추구한다는 것은 잘못된 정책이다. 참고로 SPICE/CMMI에서는 안전성 관련 일부 프로세스를 추가적으로 정의해 사용하고 있거나 개발 중이다. 그러나 이 프로세스들은 안전성이 요구되는 시스템(예: 국방, 자동차 등) 심사에서 기존의 표준에서 정의된 프로세스에 대해서만 사용할 수 있다.

두 번째 논제는 SPICE/CMMI 심사는 기업에서 이들 표준의 준수를 심사하는 것이지 프로세스를 개선하면 불량이 줄고, 일정을 준수하면 예산 범위 내에서 프로젝트를 완료할 수 있는가를 심사하는 것이 아니다. 프로세스를 개선하면 성과(불량 감소, 일정 준수, 예산 준수 등)가 있는지를 평가하는 것은 현재의 SPICE/CMMI 표준에는 없다. 그러나 표준을 개발이나 보급 단계에서 성과가 있는지를 분석하는 활동은 국제적인 수준의 표준제정에서는 필수적이다. 프로세스 개선의 성과가 있는지를 평가하는 것을 예측 타당성이라고 부른다.

2009년 5월 인도에서 개최된 SPICE 국제회의에서는 성과를 예측 타당성으로 평가하지 않고 표준 내용에 직접 포함하기로 하고, 이를 ISO/IEC 33003으로 표준화하기로 하였다. 즉, 프로세스 능력의 수준이 높아지면 기업의 성과도 높아지는 구조로, 두 내용이 모두 포함하는 표준을 개발하는 것이다. 참고로 앞으로 모든 SPICE 표준 번호인 15504는 33000 (33K) 표준 번호로 개발되는 발간된다.

SPICE/CMMI가 산업계에 보급될수록 다양한 산업 분야(예: 소프트웨어/시스템 개발, 획득, 서비스, 안전성 등)에 용어 사용, 프로세스 정의, 심사, 교육 등에서 공통으로 일관성 있게 사용될 수 있는 표준 구조가 필요하다. 다양한 산업에 적용하기 위한 방안으로 SPICE는 소프트웨어 공학, 시스템 공학(임베디드), IT 서비스관리 등의 표준을 개발했거나 개발 중에 있다. CMMI에서는 세 가지 모형인 소프트웨어/시스템 공학, 획득, 서비스에서 22개 프로세스 중 16개 프로세스를 공통으로 사용하기로 하였다. 따라서 공통성과 일관성을 높이기 위해 가능하다면 기업은 SPICE나 CMMI 표준 중에 하나를 따라 가는 것이 프로세스 이행에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개발은 CMMI를 따르고, 서비스는 SPICE 표준을 따른다면 양복에 슬리퍼를 신은 모양이 될 수 도 있다.


마지막으로 프로세스 연구와 표준화에서 중요한 방향 중에 하나는 `능력있는 기업이라서 표준에 규정된 활동을 잘 이행하는 것인지, 또는 표준에서 규정된 활동을 잘 이행하면 능력있는 기업이 되는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전자의 심사는 능력이 어떻게 변하는 가를 알고자 하고, 후자는 능력을 결정하기 위하여 심사를 하는 것이 된다. 달걀이 먼저인지, 닭이 먼저인지와 같은 문제처럼 보인다.표준이나 심사에서 이를 잘못 정의하면 SPICE/CMMI를 잘 준수하여 실제로 능력 수준이 높아졌어도, 성과가 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고, 반대로 능력 수준이 높아지지 않아도 성과가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이 문제 역시 2009년 5월 인도에서 개최된 ISO/IEC JTC1/SC7총회에서 새로운 표준에 포함하기로 하였다.

위에서 간단히 살펴본 내용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SPICE/CMMI의 도입이나 표준 정책은 사회에 해가 될 수 있는 용감한 자의 무모한 돌진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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